대통령의 경제학(허버트 스타인, 김영사, 1999)

본 내용은 조선일보에 소개되었던 것입니다. 관련분야의 관심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바랍니다. [책마을] 대통령이 잘못하면 나라 경제는? 대통령의 경제학 허버트 스타인 지음 김영사간·18000원 "경제정책에 관한 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 이렇다할 논쟁은 없다. 각자 자기가 믿는 이론만 주장할 뿐, 의견 차이가 어디서 유래하는지 또는 어떻게 해야 차이를 좁힐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나 노력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에 관한 말들은 단지 자기 편의 세력을 결집하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을 꼬집고 있는 듯한 이 말은 지난 8일 타계한 미국 원로 경제학자 허버트 스타인이 역저 '대통령의 경제학(Presidential Economics)'에서 미국의 최근 지적 풍토를 한탄하면서 남긴 말이다. 닉슨과 포드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한 스타인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토론을 통한 합의와 타협이 중요하다고 믿는 고전적 자유주의자 (Libertarian)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로부터 빌 클린턴 현 대통령까지 60여년에 걸친 미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다룬 이 책에서도 저자는 일관되게 경제현안 해결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지적오만을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심지어 "막 당선돼 새로운 정부로 출범하는 개인이나 그룹은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가끔 선거에서 진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래 미국 경제가 안고있던 가장 큰 문제인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역대 행정부가 취한 정책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케인스 경제학을 근거로 한 자유주의 경제정책이 태동해 1960년대 중반 절정에 달한뒤 서서히 보수주의 경제정책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와 시행착오에 대한 연구이다. 물론 스타인은 보수주의 진영에 속하며, 케인스식의 정부개입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통화주의나 공급중시 학파의 극단론도 배격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대 행정부의 정책 오류에도 불구, 미국 경제가 이제까지 훌륭한 업적을 올린 것은 민간경제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계획경제' 시도는 미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클린턴 행정부의 '하이테크 산업 육성론' 또는 '산업정책'에 대해서도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자유방임주의도 대안은 아니다. "생산과 소득의 초기 분배를 관장하는 자유시장, 안정적인 경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보조조치 등 세가지 요소가 기능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위한 저자의 처방은 다시 한번 토론과 타협이다. "타협이야말로 정책에 대한 동의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특정 정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왕에 합의된 정책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기천기자 : kckim@chosun.com)

Copyright (c) 1999 Digital Chosunilbo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