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딕 모리스 美선거전략가-함성득교수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딕 모리스 미국 보트 닷 컴 (VOTE.COM)사 사장(47)은 6일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교수와 단독 대담을 가졌다. 동아일보사와 MBC, ¤이프레지던트(epresident.co.kr) 공동 초청으로 방한한 모리스씨는 바쁜 일정 때문에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함교수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그는 7일 오전 9시 고려대에서 ‘인터넷과 정치―미국의 대선과 관련하여’란 주제로 특강도 갖는다.
다음은 대담 요지.

▽함교수〓당신은 클린턴 대통령을 20여년간 보좌해 왔습니다. 클린턴을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평가합니까.

▽모리스〓클린턴은 천재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나서는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어 부통령과 성격이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공식석상에서는 그렇게 따뜻하고 감정을 잘 표현합니다. 그러나 고어는 공식석상에서 수줍어하고 조용합니다. 반면 사적인 자리에서는 정 반대이지요. 클린턴은 조용히 시가를 물고 카드를 하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하고 거의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어는 사석에서는 그렇게 따뜻할 수 없습니다. 클린턴은 뼛속부터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타고 났다고 봅니다.

▽함교수〓힐러리여사를 영부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힐러리가 앞으로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을까요.

▽모리스〓앞으로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만약 고어 부통령이 이번에 패한다면 2004년에는 유력한 주자가 될 수 있고, 고어 부통령이 이긴다면 2008년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만약 이번에 부시주지사가 당선되고, 2004년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근 미국 대통령직이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힐러리 클린턴)’이 되는 사이클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웃음) 만약 힐러리가 이번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고어가 패할 경우 현재 민주당에는 매력있는 인물이 별로 없습니다.

▽함교수〓정치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모리스〓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레이건 루스벨트 트루먼 케네디 클린턴 등이 이런 능력을 소유한 대통령이었습니다. 힐러리는 좀 더 배워야 합니다. 고어 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정치인으로서 이같은 능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오히려 부시 주지사가 이런 면에서는 유리합니다.

▽함교수〓4일 대통령후보간 첫 TV토론회가 끝난 뒤 고어부통령이 부시 주지사를 약간 앞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달 전에는 부시가 고어를 크게 앞섰습니다. 고어의 역전 계기는 무엇이며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모리스〓이번 1차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는 고어가 분명히 승리했습니다. 사실 고어가 앞서게 된 계기는 민주당 전당대회였습니다. 고어부통령은 아주 훌륭한 수락연설을 했습니다. 사실 미국인에게 ‘누구와 토요일을 보내고 싶으냐’고 물으면 75%는 고어 대신 부시를 선택한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매력은 훨씬 부시가 앞서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꼭 내기를 걸어야 한다면 고어에게 걸겠습니다.

▽함교수〓클린턴의 참모였던 조지 스테파놀러스의 책을 보면 당신과의 경쟁과 갈등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한 대통령 참모들간의 갈등에 대해 한마디하신다면.

▽모리스〓조지는 92년부터 94년까지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지요. 당시는 의회를 민주당이 지배한 상황이어서 리버럴하고 철저한 민주당원인 조지의 역할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중도적인 사람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참모를 언제든지 데려다 쓸 수 있습니다. 클린턴은 그 일을 잘했지요.

▽함교수〓인터넷 혁명이 앞으로 정치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요.

▽모리스〓97년 한국이 금융위기에 빠졌을 때 어느 날 클린턴 대통령이 저에게 오더니 이런 얘기를 했어요. “과연 세계화가 좋은 건지 의문이 든다. 한국의 예를 보라. 해외자본이 왔다가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니까 썰물처럼 빠져나가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줬다. 이런 세계화를 과연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때 클린턴 대통령에게 “한국에서는 국민의 소리가 위정자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없었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경제관료들이 민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통로가 있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나아가 저는 인터넷이 위정자들이 국민의 소리를 듣게 하는 가장 좋은 통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더 이상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전달하는 의사전달구조가 아닙니다.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 의사소통과정이지요. 인터넷이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함교수〓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중 한국문제에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였다고 보십니까.

▽모리스〓중국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클린턴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중동과 한국이 그 다음 우선순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북한핵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을 때 백악관의 대통령 숙소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제게 20분 동안 이 문제를 설명하면서 전쟁을 겪은 한국에서 결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어요. 정말 클린턴 대통령에게 한국은 남달랐습니다.

▽함교수〓당신은 현재 ‘VOTE.COM’(www.vote.com)의 사장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모리스〓저는 정책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생각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스포츠 등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이 같은 회사를 세운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사이트에 한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이트에 들어와서 한국 국기를 클릭하면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여러분이 투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여야 정치인 등 정책결정자들에게 보낼 것입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동성연애자의 TV출연문제(탤런트 홍석천 문제를 지칭)와 가수 서태지 음반 등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함교수〓만약 2002년 한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선거전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면 응하겠습니까.

▽모리스〓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격돌했던 스티븐스 후보는 언젠가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왜 다리를 건널 걱정을 하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정리〓공종식기자>kong@donga.com